일리아와 아하이아의 와인 산지를 둘러보면 어린 나무와 오래된 나무, 훌륭한 토착 품종과 국제 품종, 현기증이 날 정도로 아찔한 높이에 있는 포도밭과 낮게 자리한 곳이 골고루 섞여 있는 동시에 장엄한 산꼭대기와 가까운 바다와의 대조적인 환경도 눈에 띈다. 이 훌륭한 테루아와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는 토지의 맛에 반한 한 세대의 와인메이커들이 세계에서 아하이아와 일리아의 입지를 세우기 위해 이곳에서 ‘마법’을 부리고 있다. 지난 20년간 지속 가능한 성장세가 목격되었고, 포도밭과 양조장 모두에서 흥미로운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가장 큰 변화가 있다면 테루아에 더 초점이 맞춰졌다는 점이다. 포도밭이 훨씬 더 강조되고 있다. 생산자들은 테루아의 개성을 강화시키고 생산지를 명확하게 표현하는 와인을 생산해야 하는 일종의 의무가 생겼다. 셀러에서 자신감이 점차 커지면서 포도밭을 더 면밀히 들여다보고, 테루아와 함께 지금까지는 별로 손대지 않았던 토착 품종의 가능성을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아하이아와 일리아에는 수많은 차이점이 존재하지만 전체적으로 완벽한 지중해성 기후의 영향은 와인을 생산하는 데 매우 훌륭한 조건을 만들어준다. 유기농 재배는 특히 높은 고도에서 쉽고, 점점 더 많은 생산자들이 포도밭에서 생물의 다양성을 보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는 재배 관행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여러 가지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일부 생산자들은 제초제와 화학약품 살포를 제한하며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일하고 있고, 또 어떤 이들은 유기농과 바이오다이내믹을 시도한다. 하지만 전통적 방식의 재배자들도 많은 개입을 할 필요가 없다. 훌륭한 기후 덕분이다. 이것이 바로 테루아의 메시지를 더욱 향상시키는 요소다.
애기알리아의 높은 고도 포도밭에는 보존된 오래된 나무가 인상적일 만큼 많다. 현대식 포도 재배 방식이 이곳에 전파되기 전까지 주로 행하던 방식은 한 포도밭에 서너 가지 품종을 함께 재배(필드 블렌딩)하는 것이었다. 이런 포도밭들은 훌륭한 와인을 생산하는 능력뿐만 아니라 그들이 가지고 있는 포도나무의 수령과 포도 재배 전통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는다.
이를테면 오래되고 수확량이 적은 로디티스 나무가 아주 멋진 나무 형태(고블릿 트레이닝)로 재배되는데, 이런 포도밭은 여러 가지 서로 다른 품종의 생물형(천연 클론)을 갖추고 있다. 가뭄에 강하고 늦게 익는 로디티스는 그런 포도밭에서 긴 생장 기간과 느린 성숙에 이상적인 환경을 즐기며 풍부한 아로마와 긴장감 높은 포도를 생산한다. 게다가 오래된 포도나무는 포도 품종에 추가적인 계층과 깊이를 줄 수 있다. 포도나무 수령은 로디티스에 있어 중요하게 여겨지고, 부시 바인은 그런 품종에 잘 어울린다. 어디든 새로 심는 것이 가능하다면 선형으로 심는 것이 좋다.
오래된 포도밭은 클론 연구에서 ‘모수(母樹)’를 제공하기도 한다. 로디티스와 마브로다프네 같은 이 지역 품종의 잠재력과 개성을 더욱 면밀히 살펴보기 위한 시도가 계속 진행 중이다. 클론 연구의 최초 결과물들이 이미 포도밭에 심어졌고 앞으로 이런 현지 품종의 잠재력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해줄 전망이다. 이런 클론 연구에 추가로 애기알리아 지역 같은 다양성 높은 지역의 하위 지구를 파악하기 위한 일부 와이너리의 이니셔티브가 더해졌다. 이것은 이 지역의 여러 테루아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아하이아와 일리아 포도밭의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가 있다면 바로 토지의 상당 부분이 두 지역의 전통적 농업 상품인 건포도를 생산하는 데 쓰이고 있다는 점이다. 최고의 포도 재배 지역 일부가 건포도 수요를 충족하는 데 전용으로 쓰인다. 그러나 건포도를 재배한다는 것은 곧 일반적인 포도 재배 기술이 매우 뛰어나다는 것을 뜻한다. 건포도는 아주 낮은 수확량과 절제된 재배 방식을 요구하고 이러한 철학은 우수한 품질의 와인을 만드는 데 전념하는 숙련된 양조인들에게 전달되었다.
서늘한 기후 재배 – 애기알리아 언덕
애기알리아 언덕은 다양한 방위와 토양, 고도를 갖춘 산지 테루아다. 이곳에는 그리스에서 가장 높은 지대의 포도밭이 있는데 최대 해발 1,050m에 달한다. 이런 땅을 경작하기는 매우 힘들 수 있는데, 이곳은 사실 하나의 단일한 와인 지역이 아니라 여러 마이크로 사이트가 모여 있는 곳으로서 토지가 잘게 쪼개져 있다. 하지만 서늘한 기후는 아로마가 향기로운 화이트와 우아한 레드가 탄생하기에 완벽한 조건이다. 훌륭한 와인의 특징에 테루아와 개성, 독특함 같은 개념이 포함된다면 애기알리아 언덕 최고의 와인들은 분명 그것을 향해 가고 있는 중일 터다.
애기알리아는 아하이아 지역의 동쪽부터 중앙까지 뻗어 있다. 차로 30분 조금 안 되게 가면 아주 오래된 포도밭 안 1,000m 고도에서 바다를 내다볼 수 있다. 이 고도는 서늘한 중기후를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애기알리아는 그리스에 몇 안 되는 북쪽을 향한 포도 재배 지역 중 하나다. 다채로운 지형과 높은 고도, 미네랄이 풍부한 비옥하지 않은 토양, 바다와의 가까운 거리, 그리고 북향의 포도밭은 그리스 기준으로도 독특한 중기후에 속한다. 연중 내내 바람은 파트라스와 코린토스만에 의해 만들어진 좁은 해협을 따라 분산되며 포도밭에 ‘천연 에어컨’ 역할을 한다. 이것이 포도밭의 기온을 낮춰주고 동시에 질병을 예방한다. 애기알리아의 포도밭은 사실상 유기농 구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위에 언급된 모든 요소들이 이 지역의 다른 곳들보다 상당히 서늘한, 애기알리아만의 독특한 중기후를 만들어낸다. 이것이 그리스의 서늘한 기후 재배의 전형적인 예다.